2005년 12월 06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산의 풍경.
식탁 앞에서 찍은 전경. 저 아파트들 때문에 답답해보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살짝 돌려서 보면 바다가 보인다.^^;;
아파트 외관은 그럭저럭 괜찮아보인다. 우리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호텔의 그것처럼 밖이 훤이 내다보인다. 하지만 실내는 형편없다. 어머니도 외관만 보고는 강남의 타워팰리스 운운하다가 아파트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한숨을 내쉰다. 녹슨 철문, 쇼파와 탁자가 전부인 썰렁한 로비, 그리고 군데군데 회칠이 떨어진 콘크리트 석벽.
앞 동, 바다가 보이는 거실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으음... 조금 우중충한가. 뭐 어쨌든...^^
# by 울부짖는백곰 | 2005/12/06 11:59 | 트랙백 | 덧글(6)
2005년 12월 04일
1.
인터넷을 깔 때의 일이다. (이곳 아파트에는 기사가 상주해 있어서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부르고 부르면 재깍 달려온다고 한다)
선이 adsl이 아닌 랜임을 알고 싫은 기색을 내비치자 기사가 "일주일 공짜로 써보고 속도가 느리면 다른 사람을 불러라."하고 말한다. 다운 속도가 200에서 500까지 나온다. 수지의 엔토피아에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사강 아버님 댁의 속도보다는 두 배 정도 빠르다. 청도에서 다운받을 때 100이 넘지 않았던 걸 생각해보면 속도는 마음에 든다.
2.
대련에 도착한 다음날, 거주 허가 신고를 했다. 담당 공안 파출소와 담당 구청(쯤 되는 곳)에 가서 신고하고 서류를 작성했다. 마눌님이 먼저 와서 집주인과 함께 신고를 한 덕분에 나는 좀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3.
지금 내가 거류증(요즘에는 거류허가제로 바뀌었다고 하던데)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아이들 유학을 이유로 유학비자를 받고 거류증을 받는 방법, 그리고 중국 회사에 취직하여 z비자를 받고 거류증을 받는 방법. 나는 이곳 회사에 다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후자의 방법으로 거류증을 받을 생각이다.
4.
어제부터 눈이 내리고 있다. 꽤 많은 양의 눈발이 바람이 휘날리는 광경을 창밖으로 내다보고 있자면, 왠지 1920년대의 만주 벌판이 생각난다. 이곳에서 하얼삔까지는 기차로 11시간이라고 하던가. 중국어가 받쳐준다면 가볼 때가 많다.
5.
내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뒤로는 야트마한 산자락이, 앞으로는 대련의 바닷가가 펼쳐져 있다. 잠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면 산자락에 쌓이는 눈발을 볼 수 있고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내다보는 창가로는 바닷가에 흩뿌려지는 눈발이 보인다. 풍광은 제법 운치있다. 마눌님과 함께 오셨던 장인, 장모님, 그리고 나와 함께 오신 어머님의 이야기를 빌자면 마치 풍경 좋은 콘도에 놀러온 기분이란다.
6.
중국의 대다수 아파트가 그러하듯 이곳도 온돌이 아닌, 난치라는 난방기구를 사용한다. 마눌님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저 난치가 고장나서 고생했다고 한다. 난치를 바꿔달라고 요구한 후 며칠이 지나도록 오지 않아서 알아보니까 지금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며 열흘 넘게 걸린다고 했다나. 중국의 일처리는 대부분이 그러하다. 화장실에 물이 새서 수리하는데 닷새가 걸렸단다. 인터넷만 유일하게 재깍 달려온 것이다.
7.
핸드폰도 마련했다. 중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지인이 자신이 쓰던 중국 핸드폰이라고 두 개를 선물로 주었다. 가지고 와보니 이곳 사람들은 한국인이나 중국인 할 것 없이 전부 한국 핸드폰을 사용한다.ㅡㅡ;;
이곳 체계는 희한하다. 우선 카드로 전화번호를 따는데, 무슨 카드를 사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카드 중에는 전화걸 때는 물론이고 받을 때도 돈이 지불되는 카드가 있고, 전화걸 때만 돈이 나가는 카드가 있다. 대신 전자는 월마다 빠지는 기본료가 싸고 후자는 기본료가 비싸다. 전화를 많이 받는 사람은 후자가 좋겠지. 어쨌든 카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면 전화번호도 바뀌게 된다. 그러니 처음 선택이 중요하다. 아, 그리고 접속료라고 해서 전화걸 때마다 기본적으로 나가는 요금도 있다. 40전이던가, 20전이라던가. ㅡㅡ;;
또 전화번호 따는 카드의 종류에 따라서 음질도 다르다. 전자의 카드를 사용하는 마눌님의 전화는 음질이 좋고 후자인 나는 음질이 나쁘다. (참고로 내 전화번호는 1305-275-8961입니다. 급한 일로 제게 전화를 거실 분은 00700(혹은002를 누르시고) 중국 국제번호 86을 누른 후 저 번호를 누르면 됩니다.^^)
그렇게 전화번호를 따면 시내전화 요금과 국제전화 요금을 따로 선불로 내야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시내전화는 할인 혜택이 없지만 국제전화는 할인을 해준다. 선불 방식은 전화카드를 사서 그 번호를 입력하여 사용하는 방법인데, 업자에게 100위엔짜리 국제전화 카드를 사면 그 업자가 전화기에 300위엔에서 400위엔어치 번호를 넣어준다. 즉 100위엔으로 400위엔어치를 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이 떨어지면 전화기는 먹통이 되어 걸려오는 전화조차 받을 수 없게 된다. ㅡㅡ
8.
할 일은 태산처럼 많다. 중국어학원도 등록하고 거류증도 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무리다. 목발 짚고 돌아다니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무엇보다 먼저 다리가 나아야 한다. 앞으로 한 달 정도면 대략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9.
대련에 온 지 나흘째.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 by 울부짖는백곰 | 2005/12/04 11:10 | 트랙백 | 덧글(7)
2005년 12월 01일
어제 도착하자마자 컴퓨터 설치하고 인터넷 깔았습니다. 랜이라고 하는데 의외로 속도가 잘 나오네요. 아직 할 일이 많아 정신없습니다. 나중에 정신 한가해지면 다시 글을 올립죠. 어쨌거나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거한 환송인사 감사드립니다. ^^/
# by 울부짖는백곰 | 2005/12/01 08:47 | 트랙백 | 덧글(16)
2005년 11월 29일
1.
중국으로 떠나는 짐을 싸는 날, 나는 병원에서 화장실을 가다가 허리를 다쳤다. 집에서 짐을 정리하던 마눌님이 놀라 뛰어왔고, 덕분에 중국으로 가는 이삿짐의 정리는 엉망이 되었다. 꼭 가져가야할 것들이 누락되기도 하고 쓸데없는 짐들이 포장되기도 했다. 그리고 아까운 것들이 쓰레기로 버려지기도 했다.
2.
덕분에 고생한 사람은 내 동생이다. 녀석은 그날부터 며칠동안 퇴근 후 내 집에 들려 남은 짐들 중에서 아버님 댁으로 가져가야할 것들과 버려야할 것들을 나누고 또 용달차를 불러 사강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그 와중에 많은 책들이 버려졌다. 출판사에서 보내왔던, 그러나 채 읽지 않았던 무협소설들과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모아왔던 각종 책들, 전공 서적류, 잡다한 글들이 쓰여진 노트들이 버려졌다.
3.
그 와중에도 쓸모 있다고 싶은 물건들은 나눠가지기도 했다. 식탁과 책장 하나는 동네 교회에서, 책장 두 개와 아이들 자전거, 발렌타인을 비롯한 양주들은 동생네가, 등등 미처 중국에 가져가지 못한(혹은 가져가지 않은) 것들 중 괜찮은 놈들은 그렇게 분양이 되었다.
4.
내일이면 중국에 들어간다. 사강에서 요양하던 나는 어제 수지 동생네로 왔다. 녀석이 내일 공항까지 차로 배웅해주겠다고 한다.
5.
아침에 일어나 담배를 피우러 현관 밖 복도로 나갔다. 복도는 여느 아파트의 복도가 그러하듯 아이들, 어른들의 자전거로 가득차 있다. 담배를 피우다가 문득 낯익은 자전거가 보였다. 안장에 검은 매직으로 쓰여진 글씨. 류희창. 막내 녀석의 자전거다. 그리고 보니 첫째 녀석의 자전거는 버려졌다고 했던가. 그나마 상태좋은(뒤늦게 산) 둘째 녀석의 자전거만 살아서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다.
6.
가만히 자전거를 내려다본다. 문득 저 자전거를 살 때의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 아이들의 자전거를 살 때, 나는 가벼운 흥분과 드디어 내가 아버지가 되었다는 기분에 취했던 듯 싶다. 자식의 자전거를 산다는 건 그런 느낌일 것이다. 녀석이 저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달리는 모습을 생각하고 마침내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탈 때의 모습도 떠올리며, 자식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도 그려볼 것이다.
7.
분명 자전거를 살 때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들과 더 많이 놀아주고 더 친해지고... 분명 그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쁜 아빠였다.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지도 못하고 친해지지도 않았다.
바퀴에 바람이 빠져 용도폐기가 된 채 전실에 처박힌 지 오래였던 자전거.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어 자주 졸랐다. 하지만 나는 다음에, 다음에 고쳐줄께. 지금 아빠 일하거든. 하는 식으로 매번 그들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녀석들은 그 자전거를 두 번 다시 탈 수 없게 되었다. 보조바퀴를 채 떼기도 전에 그 자전거들은 버려지거나 혹은 남의 것이 되었다.
왜 녀석들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했을까. 한 시간 짬을 내면 충분히 고쳐서 녀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친구들과 신나게 페달을 밟고 공원을 달렸을텐데. 그 즐거움과 행복을 녀석들에게서 빼앗은 나는, 도대체 뭐가 그리 바쁘고 힘들었을까.
8.
중국에 가서도 자전거를 살 지 모르겠다. 또 언젠가 녀석들은 보조바퀴를 떼고 달릴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흐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아침, 한 개비의 담배를 끝까지 피우면서 바라보았던 저 자전거를 잊지 못할 것이다. 저 자전거 안장에 적혀있는 글씨와, 내가 자전거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 동안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강종강종 뛰며 기뻐하던 녀석의 얼굴, 그리고 나란히 자전거를 타던 두 아이의 뒷모습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 by 울부짖는백곰 | 2005/11/29 08:27 | 트랙백 | 덧글(10)
2005년 11월 28일
1.
나는 음모론을 즐기는 편이다. 저 멀리 달착륙, 프리메이슨의 음모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부시의 이라크침공 음모론만 하더라도 꽤 나를 즐겁게 만든다. 그게 사실일 가능성이 높거나 혹은 그 이야기가 허황된 거짓임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상관없이 재미있는 게 음모론이다. 마치 친한 작가들의 뒷담화는 언제 들어도, 또 언제 까발려도 재미있고 즐거운 것처럼.
2.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번 엠비씨 피디수첩에 대한 음모론이 떠올랐다. 음모론이니만큼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기를.
피디수첩의 피디들(이하 피디수첩)은 원래 천주교 신자다. 알다시피 천주교는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에 반대하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한다. 세계천주교 총단 측의 지시를 받은(혹은 독자적으로) 피디수첩은 애당초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대한 문제점, 그리고 황우석 박사 연구팀의 업적이 거짓임을 증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반년 전부터 작업에 착수한다.
하지만 조사는 지지부진하고 증거는 나오지 않는다. 피디수첩이 기진맥진할 때, 한국 생명공학의 놀라운 성취를 질투하는 영국 네이처 지가 정보를 넌지시 보내온다. 이미 작년 5월 윤리 의문 제기를 터뜨렸으나 증거 부족과 자료 수집의 어려움으로 더 이상의 폭로를 할 수 없던 네이처 지는 이후 한국의 유수한 언론,방송매체들과 접촉했고 마침내 피디수첩이 그들과 전략적 동맹을 맺은 것이다. 영국의 네이처 지는 한국 생명공학의 우수성을 말살시키고 그 업적을 깎아내리기 위해, 피디수첩은 성체줄기배양의 지지를 위해.
이후 피디수첩은 계속적으로 다방면의 자료수집을 했지만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부당성을 증명하는 증거들보다는 윤리문제에 관한 정보들만 모인다. 고민하던 피디수첩은 우선 황우석 박사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 지난 10월 세계지식포럼회의에 참석차 방한한 셰튼 교수와 접촉, 황 박사 팀에 윤리 문제가 있다는 정보를 알린다. 깜짝 놀란 셰튼 교수는 나름대로의 조사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11월 황우석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다.
갑작스런 셰튼 교수와의 결별,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의문들이 증폭되면서 어느덧 피디수첩이 의도한대로 분위기가 조성되다. 그리고 자신들의 처음 기획과는 다른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방영 후 의외로 역풍이 심하자, 피디수첩 측은 이게 끝이 아니라며 2탄이 있다고 발표한다. 과연 그 2탄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부당성과 그 업적의 미미함일까.
3.
그런 음모론을 멋대로 만들고 난 이후 돌아와 뉴스를 보니까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 by 울부짖는백곰 | 2005/11/28 17:06 | 트랙백 | 덧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