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1.
나는 음모론을 즐기는 편이다. 저 멀리 달착륙, 프리메이슨의 음모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부시의 이라크침공 음모론만 하더라도 꽤 나를 즐겁게 만든다. 그게 사실일 가능성이 높거나 혹은 그 이야기가 허황된 거짓임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상관없이 재미있는 게 음모론이다. 마치 친한 작가들의 뒷담화는 언제 들어도, 또 언제 까발려도 재미있고 즐거운 것처럼.

2.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번 엠비씨 피디수첩에 대한 음모론이 떠올랐다. 음모론이니만큼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기를.

피디수첩의 피디들(이하 피디수첩)은 원래 천주교 신자다. 알다시피 천주교는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에 반대하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한다. 세계천주교 총단 측의 지시를 받은(혹은 독자적으로) 피디수첩은 애당초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대한 문제점, 그리고 황우석 박사 연구팀의 업적이 거짓임을 증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반년 전부터 작업에 착수한다.

하지만 조사는 지지부진하고 증거는 나오지 않는다. 피디수첩이 기진맥진할 때, 한국 생명공학의 놀라운 성취를 질투하는 영국 네이처 지가 정보를 넌지시 보내온다. 이미 작년 5월 윤리 의문 제기를 터뜨렸으나 증거 부족과 자료 수집의 어려움으로 더 이상의 폭로를 할 수 없던 네이처 지는 이후 한국의 유수한 언론,방송매체들과 접촉했고 마침내 피디수첩이 그들과 전략적 동맹을 맺은 것이다. 영국의 네이처 지는 한국 생명공학의 우수성을 말살시키고 그 업적을 깎아내리기 위해, 피디수첩은 성체줄기배양의 지지를 위해.

이후 피디수첩은 계속적으로 다방면의 자료수집을 했지만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부당성을 증명하는 증거들보다는 윤리문제에 관한 정보들만 모인다. 고민하던 피디수첩은 우선 황우석 박사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 지난 10월 세계지식포럼회의에 참석차 방한한 셰튼 교수와 접촉, 황 박사 팀에 윤리 문제가 있다는 정보를 알린다. 깜짝 놀란 셰튼 교수는 나름대로의 조사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11월 황우석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다.

갑작스런 셰튼 교수와의 결별,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의문들이 증폭되면서 어느덧 피디수첩이 의도한대로 분위기가 조성되다. 그리고 자신들의 처음 기획과는 다른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방영 후 의외로 역풍이 심하자, 피디수첩 측은 이게 끝이 아니라며 2탄이 있다고 발표한다. 과연 그 2탄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부당성과 그 업적의 미미함일까.


3.
그런 음모론을 멋대로 만들고 난 이후 돌아와 뉴스를 보니까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by 울부짖는백곰 | 2005/11/28 17:06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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