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1.
가끔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날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부상이 뭘까 하고. 이번 척추 골절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래, 적어도 날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부상은 허리를 다치는 거다. 다른 부상과는 달리 모든 자유로움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유로움을 단 한 점도 느낄 수 없는 처절한 비애. 그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감정이다.

2.
세상은 가끔 엉뚱한 경험을 주기도 한다. 척추골절을 당한 이후 며칠동안 나는 누워서 용변을 봐야 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으나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기도 했다. 

3.
다음 주면 깁스를 푼다. 허리 경과에 따라 일상 생활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목욕이다. 스스로 목욕할 수 있는 자는 축복받은 사람이다. 비록 다치기 전까지는 그게 축복임을 깨닫지 못했지만. 

by 울부짖는백곰 | 2005/11/18 18:47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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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5/11/18 19: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울부짖는백곰 at 2005/11/18 21:59
비밀글: 한 번쯤 얼굴 뵙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되네요.^^
Commented by 玄修 at 2005/11/18 22:47
경과가 좋은 거 같아 안심입니다. 빨리 쾌유하세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5/11/18 23:14
으음... 힘내세요...라는 말 밖에는...
Commented by 서리꽃 at 2005/11/19 02:57
고생하셨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더욱더 백야님의 글들을 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실례로 주화입마로 허리가 다친 고수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쓸 수 있으며 연공중 다쳐서 가족을 먼저 타지로 피난 시킨 고수의 이야기, 적과의 싸움에서 다리를 다친 후 원수를 갚기위해 몸부림 치며 연공중 다시 허리가 다친 설상가상의 이야기등 엄청난 경험의 산물들이 글로써 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넘어서서 인간본연의 병과 아픔과 싸움하고 그런 싸움들이 새로운 무의경지와 의와 협의 경지로 이끄는 모두의 가슴을 울리고 우리의 속내를 절절히 저미는 글들이 곧 나오리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
Commented by 울부짖는백곰 at 2005/11/19 20:13
현수,초록불님/감사합니다^^
서리꽃님/으음, 기대되는 설정들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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