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1.
하루는 마눌님이 한 시간이 넘게 동네 아줌마와 통화했다. 주로 이야기를 듣는 쪽이었는데 그 모양새가 하도 심각해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통화가 끝난 후 물었더니.

우리 둘째 애(일곱 살이다)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남자애가 역시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여자애를 침대에 눕히고 옷을 벗겼다는 것이다. ㅡㅡ;;

쿨럭.
옛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동네 여자아이들과 병원 놀이 하고 주사 놀이도 하지 않았던가.
뭐, 그 나이 또래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고 별 것 아닌 투로 말했더니 마눌님이 펄쩍 뛴다. 그것만이라면 이렇게 심각하지도 않고, 그 여자아이의 엄마(지금껏 통화한 아줌마)가 울지도 않았을 것이란다. 그래서 또 무슨 일이 있었냐고 했더니,

여자아이의 응응을 포크로 쿡쿡 누르며 장난쳤다는 것이다.(표현의 순화 ㅡㅡ)

으음.
심각하기는 하다.(만약 딸 가진 부모가 그 이야기를 들었으면 노발대발하겠지. 사내 자식들 정말 싫어! 보이는 대로 뒤통수 때려주고 싶어! 하면서 말이다. ㅡㅡ;;)

남자 애 부모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여식의 모친이 말해줄까 말까 고민 중이랜다. 당연히 말해주고 주의를 주는 게 옳고, 또 그 남자 애를 위해서도 좋다고 했더니 알고는 있지만 쉽게 말해줄 성격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겠지.

며칠 후, 경과가 궁금해 물어봤다. 결국 사내 아이는 제 아버지에게 엄청 매맞고 엄마에게 오랫동안 혼이 났다는 것이다. 사내 애 엄마는 당황해서 여자애 집에 사과했으며(서로 친한 사이라더군), 그렇게 대충 마무리가 된 것 같았다. 그게 닷새 전의 일이다. 그런데.

며칠 전 다시, 그 사내애가 또 그 여자 애에게 못된 짓을 했다는 것이다. 유치원 화장실에 여자 애가 쉬하는 걸 보았다나. 그토록 혼나고도 정신차리지 못했다니, 그 집념을 칭찬해줘야 하나. 저 타고난 늑대 본성을 욕해야 하나.

(난 아직 일곱 살 유치원 생에게 도덕적 관념이니 혹은 성적 욕구니 하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이고, 이게 막 교육과 학습을 통해 사회의 관습과 질서 등을 익히고 배워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즉, 아직은 그들이 인간이 아닌, 타고난 본성에 충실한 아기라는 생각이다.)


2.
유치원에서도 성교육은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집에서도 노력해야할 때가 이제는 온 것 같다. 둘째 녀석이 저 사내애와 친한 걸 걱정하고 그에게서 못된 걸 배울까 두려워하기 보다는 먼저 그런 행동들이 그릇된 것이라는 걸 이야기해주는 게 옳은 방법이겠지. 하지만 성교육이라니, 좀 난감하다. 어디 내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어야지 말이다.

성교육 하니까 생각난 건데, 어린 사내애들의 응응은 고추(꼬추)라는 말로 순화시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여자애들의 응응은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울 마눌님은 잠지라는 말을 쓰던데, 그건 꼬추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니던가.

예전에 둘째 녀석이 "왜 난 꼬추가 있는데 **는 꼬추가 없어요?" 하고 물어온 적이 있다.
나는 "여자는 꼬추 대신 다른 게 있어." 하고 대답했고, 둘째는 눈을 반짝이며 "그게 뭔데요?"하고 물었다. 아아, 거기에서 대답이 막혔다. ㅡㅜ

3.
어쨌든 저 물의를 일으킨 사내애와 부모들이 왕따 당하게 되지 않으려면 꽤 노력이 필요할 듯 하다. 벌써부터 딸가진 부모들은 저 집안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지 않으며, 또 사내애들 가진 부모도 거리를 두려하니까.
물론 우리 애들도 제대로 가르쳐야겠지. 그럴려면 나부터 구씨 아줌마의 성교육 강의를 다시 받아야 할까.



by 울부짖는백곰 | 2005/06/07 18:09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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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현 at 2005/06/07 19:14
모글리군요 -_-;;;;;;;;;;;;;;;;
Commented by 바비 at 2005/06/08 00:28
어려운 문제군요. XX는 왜 고추없어 하면 (...)
Commented by manic at 2005/06/08 06:50
어떻게 설명해주냐가 중요한데 그 설명방법이 딱히 생각이 안날때 무지하게 난감한 경우;
Commented by 玄修 at 2005/06/08 09:54
1.그 아이가 제 눈에 안 띄기를 바랍니다.
2.혼용해서 쓰는 것 같네요. 형태와 기능에서 차이는 있지만...
3.그 집에 AV가 있나 보죠...ㅡㅡ;;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5/06/08 10:00
잠지가 사전적으로야 남자 성기를 부르는 아동틱한 이름 중 하나지만, 여자 성기를 부르는 고추에 대응하는 말이 없는지라(조개?) 점차 여자 성기를 부르는 명칭 중 하나로 이동 중이죠. 따라서 잠지라고 불러도 됩니다.
Commented by 울부짖는백곰 at 2005/06/08 19:02
역시 성에 대한 문제는 오랫동안 터부시되어왔던 터라 순화된 표현을 찾기 힘들군요.
뭐 저 유명한 "거시기"가 있기는 하지만...
Commented by 사아기 at 2005/06/09 16:26
커서 큰일 할 녀석이로군요;; 링크해갑니다..
Commented by 정든한숨 at 2005/06/10 02:43
포크로 찔렀다고 하니 약간 당황스럽긴 하지만 소아의 성적 호기심은 정상적인 발달과정중의 하나라고 합니다.(6-7세에 가장 왕성하게 나타난다고 함) 자위행동도 자연스러운 일이구요.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고 긴장과 불안을 이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너무 심하게 야단치거나 부모가 당황스럽게 생각하지 않는것이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그 부모님 디지게 팰일이 아니라 가족간의 (특히 부부간의) 긴장도를 점검해 보셔야 할 듯 하네요.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중요한 대상관계(주로 부모)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 아..그리고 아이들이 성기에 대해서 물으면 정확한 명칭으로 자연스럽게 대답해 주는거이 좋다고 하더군요. 아이들 클 때는 정확하게 외우고 있었는데 지금은 잊어 먹었음 ㅠ.ㅠ.ㅠ.
Commented by 찬별 at 2005/06/10 09:08
비빔툰에 보니까 '봄지'라고 해놨더군요. 괜찮은 것 같아요.
Commented at 2005/06/10 09: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울부짖는백곰 at 2005/06/14 02:05
찬별/그것도 이상하다.
비밀글/곤혹스러운 일이죠. 확실히.
애린/그새 지워버렸나?
Commented by 울부짖는백곰 at 2005/06/14 02:05
사아기/자주 놀러오세요. 차린 건 별로 없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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