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

오랫동안 머리를 자르지 않았더니 꽤 길었다. 슬슬 더워지고(아, 오늘 진짜 덥더라) 머리 감는 것도 힘들어져서 큰 맘 먹고 밖에 나가 머리를 잘랐다. 이렇게 머리 자른지가 반 년은 족히 넘고 1년은 안 된 듯싶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머리 자르러 가서 "샤기컷 풍으로 잘라주세요."라든지 "앞머리는 어쩌구 뒷머리는저쩌구"하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른다. 중년의 배불뚝이 아자씨라면 거의 대부분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다.

"짧게 잘라 주세요." 혹은 "알아서 잘라주세요." 그나마 "멋있게 잘라 주세요." ㅡㅡ;;

물론 나도 샤기풍으로 잘라달라고는 싶다. 하지만 앉으면 축 늘어지는 가슴살과 내가봐도 끔찍한 뱃살의 중년 아자씨가 샤기풍이니 왁스니 해가면서 이것저것 따지려면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역시 "짧게 잘라 주세요."다.

오늘의 내 담당 미용사는 사내. ㅡㅡ;; 젠장.
내가 제일 싫어하는 미용사는 머리 엉망으로 자르는 미용사도 아니고 귓불 잘라먹는(그런 적이 있었다) 미용사도 아닌, 사내 미용사다. ㅡㅡ^ 게다가 오늘의 사내 미용사는 "염색 하세요. 새치 염색 ㅡㅡ^ 염색하시면 컷트는 공짜에요." 요따위로 말한다. 누가 염색하고 싶어지냐, 저런 식으로 꼬시면.

손가락 길고 봉긋한 가슴을 가진 여자 미용사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어머, 염색하시면 10년은 젊어보이시겠네요." 이딴 소리 해도 할까말까 고민할 텐데, 느끼한 목소리로 사장님 어쩌구 하면 씨알이 먹히겠냐.

게다가 더욱 짜증나고 불쾌했던 건, 역시 머리 감겨주는 친구마저 사내였다는 사실이다. ㅡㅜ 왜 이 미용실은 여자가 없냔 말이다!!!!! 1년에 한두 번 힘들게 찾아가는 미용실의 유일한 낙이라 할 수 있는 머리 감기가 오늘은 곤욕, 그 자체였다.

어쨌든 머리는 잘 나왔다. 그래도 마음에 안든다. 머리야 잘 안나오면 다시 자를 수 있지만, 사내 미용사들로 인해 충격받은 내 섬세한 감성은 어디에서 보상받냔 말이다.

by 울부짖는백곰 | 2005/04/28 14:39 | 잡담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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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록불 at 2005/04/28 15:33
그건 섬세한 감성이 아니라 중년의 느끼한 감성이라는 거죠. 아무튼 배꼽잡고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난쏘공 at 2005/04/28 17:45
중년의 배불뚝이 아자씨가 찾아오면 가슴 봉긋한 아가씨는 숨더라구요.
Commented by 玄修 at 2005/04/28 18:04
반년 넘어 기르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안 간다는... 마나님한테 나긋한 손길로 새치 뽑아달라 하세요...ㅡㅡ;;
Commented by 바비 at 2005/04/28 18:17
20대 후반 아니였나요 ;ㅇ;ㅇ; (...)
Commented by 울부짖는백곰 at 2005/04/28 21:50
ㅡ,.ㅡ
Commented by Sori at 2005/04/29 00:16
저두 멋을 잘 부리는 인간이 아닌지라 알아서 해 주는 미용사가 좋더군요. 그런데 가끔은 그들이 너무 과감하게 굴어서 무서워요 -_-;;
근데 저는 샴푸는 남자가 좋던데요. 여자들은 손톱이 길기도 해서 두피를 가끔 긁어대고, 기본적으로 남자들이 힘이 좋아서 두피마사지를 해도 정말 시원하거든요 ^^ 다 장단점이 있는 듯.
Commented by 울부짖는백곰 at 2005/04/29 19:55
배불뚝이 아자씨에게 남자 미용사란 오로지 단점 뿐이죠. ㅡㅡ;;
Commented by manic at 2005/04/29 20:20
음... 다음번에는 여자 많은 미용실을 새롭게 공략하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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