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그 해 가을, 나는 <태양의 전설 바람의 노래>를 출간하는 중이었고, 모 싸이트에 <수라의 귀환>이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었다. 그 해 가을은 대여점의 폐혜로 인해 분노하는 어느 한 만화가의 글이 인터넷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슈를 불러모았다. 그 해 가을은 누군가의 연재글에 <님의 글, 몇 번이나 빌려서 읽었어요>라는 리플을 달면 집단 폭격을 당하는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해 가을. 나는 백문 백답의 질문과 답을 스스로 만들고 대답해서 홈페이지에 올렸다.

***

그 백문백답 중의 일부 발췌.

<71] 책을 빌려본다는 것에 대해서 : 고마울 따름이다. 사거나 빌려보거나 아예 읽지 않는 것은 독자의 권리이다. 작가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단지 독자들이 마음놓고 내 책을 사게끔 하지 못한다는 것이 분할 따름이다. ᅳᅳ^

72] 대여점은 : 현재로서는 필요하지 않은가. 현 시점에서 대여점 문 닫으면 살아남을 무협작가 한 명도 없다. 독자들, 생각 외로 무정하다. 찾아다니면서 책 사거나 빌려보는 독자들의 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73] 계속 대여점이 존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대여점이 사라져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그런 글을 쓸 수 있도록.

***

햇수로 3년, 정확하게 2년 6개월여가 흐른 지금. 드디어 대여권이라는 준비된 폭양으로 인해 이 바닥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이 도래한 지금.
나는 3년 전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진보했을까.

비겁하지만, 여전히 나는 대여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대여점이 사라져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지 못하기에.

by 울부짖는백곰 | 2005/03/17 00:0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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